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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지원이를 떠나보내고.... 그 슬픔을 다 가지지도 못한 채... 우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수술비....  수술비는 700 가까이 나왔다.

다행히 지원이는 실비가 들어져 있었는데.

참.. 그것도 쉽게 타는 게 아니었다.

내 동생은 내 엄마가 새아빠와 만나서 낳은 아이다.

새아빠는 아내와 사별했다고 했지만, 사별은 개뿔!! 알고 보니 이혼도 되어있지 않는 상태의 

버젓이 내 동생의 엄마가 되어있었다.

살면서 20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이혼서류로 마무리를 했고,

울 엄마는 그냥 동거인으로 그렇게 사셨다.

그냥 그게 편하고,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동생의 죽음 앞에  병원비를 내기 위해 실비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 실비보험료가 부모님의 계좌로 반반 들어간다는 것이다.

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새아빠의 전처의 통장에 반절이 들어간다니..

이런....

차가운 병에 작은 칸에 지원이를 담아두고 집에 돌아와 우리는 이런 일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어디에 사는지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그분을 찾아 새아버지는 찾아 헤매었고, 

어찌어찌해서 겨우 찾고 동의를 받고..

그렇게 돈과의 사투를 벌였다.

지원이가 사용했던 카드대금.  전화기. 회사일등...

이런저런 일을 어떻게  마무리 지었는지... 지금생각해 보면 참..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사람이 무서운 게.. 모든 것을 정리하면서 억지로 그 사람을 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우리는 그랬다... 한 다리 건넌 형제들은...

엄마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매일밤 눈물로 밤을 새운 엄마는  항암투병 중이었다.

암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건 스트레스인데...

그것도 자식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을지... 상상도 안 간다.

우는 것도 남은 자식들의 눈치를 보느라 밤에만 울었던 내 엄마.

매일 우는 엄마에게 조금 짜증이 날 때쯤..

생각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 동진이가 없다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끔찍하다! 그 생각이 들면서

그제야 엄마의 슬픔을 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맘껏 우시라고.... 눈치 보지 말고 우시라고.... 안아드렸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이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인 나이기에.... 내 엄마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렇게 나의 인생의 시간에  조금씩 조금씩 

누적되어 가는 피로함... 무력함...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가고 있었다.